📢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공사비 분쟁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금리인상과 전쟁 등으로 건설업계에 악재가 계속되어 공사비가 급등하고, 갈등이 심화되었는데요. 이에 국토부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지난달 20일부터 ‘분쟁 중재전문가 파견’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이어서 12월에는 표준공사계약서를 도입할 예정인데요. 금주 산군 인사이트에서는 공사비 분쟁과 국토부 대응 현황, 그리고 업계 반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1. 공사비 분쟁 심화
1-1) 공사비 분쟁 사례
2. 국토부 대응과 업계 반응
2-1) 중재 전문가 지원
2-2) 업계 반응
3. 표준공사계약서 도입과 업계 반응
3-1) 표준공사계약서 도입
3-2) 업계 반응
4. 관련 법안 발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공사비지수(기준점 100)는 지난 8월 151로 2020년 8월 118보다 33% 올랐는데요. 3년 사이 공사비가 급등했습니다. 이에 따라 조합에서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한 건수도 급증했는데요. 제도가 도입된 2019년 이후 2021년 22건, 2022년 32건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공사비 인상이 과도하다며 검증을 의뢰한 조합의 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갈등이 심화되었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실제 공사비 분쟁 사례는 어떠한지와 공사비 검증 제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부산 부산진구 촉진 2-1 지역의 재개발 조합은 공사비 갈등 끝에 결국 계약을 해지했는데요. 이후 시공사 재선정과 관련해 1차 입찰을 진행했으나 유찰되어 2차 입찰을 8일까지 진행중입니다. 서울 잠실의 잠실진주아파트의 상황도 암울한데요. 시공사가 9.3개월의 공사기한 연장과 총 공사비를 2,160억 인상해줄 것을 요구해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시공사는 물가 인상과 고급 내장재 사용 등의 이유라고 조합원들에게 설명했지만 조합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했죠.
남양주시 덕소2구역 재개발 사업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철거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는데요. 2021년 철거신고에 들어가 올해 하반기 공급 예정이었지만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철거 도중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1구역 재건축은 2018년 4월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지만 공사비 갈등으로 5년이 넘게 착공을 시작하지 못했는데요. 지난 2월 재개발 조합과 시공단이 공사비를 올리는 것에 합의하고, 7월에 이르러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를 받아 드디어 공급 계획을 확정했습니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조합에서는 시공사 교체를 위해 소송으로까지 이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결과가 대체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의 경우 소송 결과 HDC현대산업개발에 164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액을 물어주게 되었는데요. 강남구 대치동 대치 2단지 조합도 마찬가지로 HDC현대산업개발과 DL이앤씨에 약 112억원을 배상하게 되었죠. 이에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 계약해지의 1차 책임은 조합에 있다는 것이 현재 법원의 판단이라며, 이런 판례가 쌓인다면 조합이 섣불리 계약을 해지하지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공사비 인상은 시공사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시장 상황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으면 시공사가 손해를 보면서 시공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인상분이 반영되어 사업성이 개선되어야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들을 시행했는데요. 우선, 공사비로 인한 분쟁이 발생해 사업 지연 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재 전문가를 투입합니다. 분쟁 당사자가 기초자치단체에 전문가 파견을 신청하면 내부 검토 후 광역자치단체에 전문가단 구성 및 파견을 요청하죠. 이때 발생하는 비용은 전액 국토교통부에서 부담합니다.
또한, 공사 계약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신규 조합에는 무료로 ‘공사계약 사전 컨설팅’을 시행하는데요. 국토교통부에서는 이러한 정책 이외에도 공사비 분쟁 사업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국토부의 이번 대응책에 대해 업계의 반응이 나뉘고 있는데요. 일단 업계에서는 정부가 전문가들을 현장에 직접 개입시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태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에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공사비 조정안을 제시해도 시공사나 조합이 거부하면 무용지물인데다, 국토부에서 어떤 전문가로 중재단을 구성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 만약 전문가의 현장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되려 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지원 방안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결국 중재의 강제력이 지원 방안 성공 여부의 핵심 열쇠가 되겠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적절한 전문가 인력을 구성한 지자체를 찾아보기 힘들고, 전문가 파견을 강제할 수 없다는 맹점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 제도를 시행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서는 공사비 분쟁 대응책으로 ‘표준공사계약서’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는데요. 사업장은 입찰 이전에 제시된 공사비의 책정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고하고, 시공사는 입찰 시에 조합이 요구한 공사비를 어떻게 맞출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게 됩니다. 본계약 이전에 서로간의 충분한 입장 표명을 통해 본계약에서의 의견 불일치 예방이 목적인데요. 더불어 시공사 측이 PF대출의 이자와 같은 금융비용 항목을 기본 공사비에 편입하는 것을 방지해 이로 인한 분쟁 소지를 차단합니다.
또한 이번 표준공사계약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물가상승 반영에 대한 상한선’ 적용 여부인데요. 물가반영 적용을 위한 지표와 수치 활용이나 제한 여부와 같은 ESC 문제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표준공사계약서 도입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는데요. 우선 개발업계는 표준공사계약서 도입으로 시공사 자금 부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기자본이 많지 않은 대부분의 시공사들이 그간 명확하지 않은 공사비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표준공사계약서 도입으로 일정 수준 만큼이라도 공사비가 구분된다면 시공사 입장에서는 필요한 만큼만 공사비를 조달하면 되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앞선 ‘중재 전문가’ 제도처럼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 또다시 실효성 부분에서 발목을 잡고 있는데요. 이에 전문가들로부터 ‘권고사항’일 뿐인 계약서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증료 할인 등 인센티브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건설분쟁조정위원회마저도 강제성 미비로 결과에 파급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표준공사계약서 이용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소소한 인센티브라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죠.
국토부 내부에서도 가이드라인 정도의 역할만 할 뿐 실제적인 공사비 해소의 대응책이 되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동시에 업계와 국토부 모두 공사비 분쟁 문제에서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기구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했죠. 이를 위해 공사비 분쟁에 한해서는 건설분쟁조정위원회의 강제권한 확대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 또한 비슷한 의견인데요. 기존 시행 중인 공사비 검증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어 뚜렷한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있었죠. 건설분쟁조정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야 빠른 속도로 분쟁 해소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의 ‘강제력’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최근 발의되었습니다. 지난 30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공사 계약서에 포함해야 하는 내용을 명확히 규정해 계약서상 불명확성을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설계 변경 시 증액 기준 등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시공자가 시장 등에게 공사비 검증 대상 여부에 대해 확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됩니다. 이를 통해 공사비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궁극적으로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 주택 공급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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