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잇따른 부실공사 논란으로 인해 아파트 시공 현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건설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인해 부실공사 논란이 다른 건설현장까지 번지며 건설업계 전체의 신뢰도가 추락했는데요. 이전까지는 ‘브랜드 아파트’라면 ‘믿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그러나 일련의 사건으로 오랜 기간 꾸준히 보여준 우수한 품질의 아파트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이 커지자 서울시에서는 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건설현장 블랙박스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는데요. 이번 산군 비즈인사이트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건설현장 블랙박스’와 업계 반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1.도입 배경
2. 건설업계 대응
3. 실효성 의문?
3-1) 비용 문제
3-2) 인권침해 논란
3-3) 그렇다면 실제 효과는 있을까?
“법 개정 이전부터 민간 공사현장에서도 서울시의 지침과 같이 공사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기록관리하는 등의 노력으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지난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을 시찰하며 한 말입니다. 최근 일부 민간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다른 건설 현장까지 모두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주요 과정을 모두 동영상으로 남겨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만약 공사 현장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영향이 나타나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는 공사 당시 현장을 그대로 담는 동영상만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서울시는 이미 지난 7월부터 100억원 이상의 공공 건설 현장 74곳 전부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CCTV, 드론, 바디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요 공정 과정을 최대한 면밀하게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였는데요. 이를 민간 건설 현장에도 도입하려는 것이죠. 관련 법안이 지난해 10월 국토부에 건의되어 올해 5월, 국토부와 국민의힘에서 발표한 ‘건설 현장 정상화 5대 법안’에 포함되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대해 아직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해 민간 건설사에도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건설업계 ‘자율 결의’로도 전 공정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서울시는 정책 확대를 위해 시공능력 상위 30위 이내의 건설사들에게 건설현장 동영상 기록 관리 도입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건설업계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는데요. 오세훈 서울시장의 요청 하루만에 도입 의사를 잇달아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HDC현대산업개발이었습니다. 이미 운영 중인 ‘품질관리 시공 실명 시스템’에 ‘건설공사 동영상 기록 관리’를 접목시킨다는 계획입니다.
국토부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4시간 실시간 동영상 촬영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본사에 별도 상황실을 마련해 현장을 모니터링하며 문제 상황을 즉각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중대재해 0건을 기록하고 있는 포스코이앤씨는 이미 전국 현장에 CCTV를 도입 중인데요. CCTV 뿐만이 아니라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분석 시스템 등 다양한 스마트 건설 시스템을 도입해 압도적으로 우수한 공사 품질을 보장하고 있죠.
DL이앤씨 또한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시스템을 도입했는데요. AI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과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현장관리 솔루션 ‘디비전(D.Vision)’이 그것입니다. 드론이 아파트 건설 현장을 촬영해 AI가 확인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품질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GS건설, 대우건설, 한화 건설부문, 코오롱글로벌 등 시공능력 30위 이내의 모든 민간 건설사들이 건설현장 동영상 도입에 대해 강력한 참여 의지를 밝히며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건설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감리직원 등이 건설현장의 모든 장소에 상주하며 매 순간을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상 기록은 시공과정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장 작업자들이 영상 기록을 인지하면, 시공 품질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만은 아니었는데요. 실제 현장에서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정책 시행 시 건설현장을 동영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게 되는 것은 시공사입니다, 이에 따라 해당 건설사는 촬영에 필요한 장비와 유지관리 등 관련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영상 촬영은 물론 촬영 이후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영상 시청에서도 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죠. 이때 부담은 대형 건설사에 비해 다수의 중견 건설사에서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로 25일 진행된 서울시의 ‘동영상 기록관리 설명회’에서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는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양측 모두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지만 중소 건설사는 비용과 인력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난색을 표한 반면 대형 건설사들은 기존 안전관리 시스템을 일부 보완하면 된다며 문제없다는 반응이었죠. 이에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관련 비용을 반영한 설계비 증액과 정부의 비용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또한, 건설현장 개선을 위해 충분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사비와 분양가가 필연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비용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예산 부서에 제안해 협의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고 말했죠. 중소 건설사의 부담에 대해서는 국토부 법령 개정 전에는 우선 100억원 이상의 사업에만 적용할 것이며 기존 안전관리 비용을 배당해주는 제도를 확대 적용할지도 검토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건설현장을 상시 녹화한다면 영상에 건설 근로자의 얼굴이 노출되어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특히 바디캠은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논란의 여지가 있어 현장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반응이었는데요. 일부 관계자는 정책이 기준에 정확하게 맞춰 시행된다면 카메라가 촬영 중인 것을 염두에 둔 근로자들이 규정에 유의할 것이고, 공정을 감시하는 효과도 있으니 실효성이 있을 수 있지만 촬영 자체가 근로자에게 ‘감시’로 비춰질 수 있어 역시 인권 침해의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동영상 촬영 자체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던 콘크리트의 경우에는 레미콘사에서 미리 타설해오는 부분인데요. 현장 동영상 촬영을 통해서는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죠. 게다가 현장에서 철근을 옮기며 시공하는 장면만으로는 부정이 발생했는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또한, 공사 현장에 문제가 있는지 감독하는 것은 감리자의 역할입니다. 용역비를 지불하고 고용한 감리자가 당연히 해야하는 역할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다는 이유로 시공사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죠.
서울시가 계속되는 부실 시공 논란에 대해 회심의 한 수로 내놓은 ‘건설현장 블랙박스’. 건설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을 표하며 즉시 대응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실제 현장에서는 일부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존재해 도입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25, 26일 이틀 간 270명 가량의 민간 건설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대규모의 동영상 기록관리 건설사 교육을 실시했는데요.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예산 반영에 긍정적임을 드러냈고, 추가로 인센티브 제도 등을 제시하며 정책 확대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죠. 그런 만큼 ‘건설현장 블랙박스’가 건설업계의 위기를 극복할 묘수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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