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 건설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바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둘러싼 갈등일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치솟은 공사비 문제로 발생한 갈등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인데요. 그간 민간 발주 공사에 성행해 왔던 특약이 최근 극심해진 물가 변동폭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며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금주 산군 인사이트에서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과 업계 반응, 국토부 대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1.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란?
2. 물가변동 배제 특약과 갈등
3. 물가변동 배제 특약에 대한 유권해석
3-1)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
3-2) 전문가 해석 및 업계 반응
4. 전망 분석과 국토교통부 대응
4-1) 전망 분석
4-2) 국토교통부 대응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언은 계약법상의 대원칙으로, 계약 실현에 대한 당사자들의 신뢰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계약법상 원칙에 따른 당사자의 권리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르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는데요. 공공공사는 국가계약법에서, 민간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물가변동 등 경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두고 있다는 것을 그것의 예시로 들 수 있죠.(법무법인 율촌 김현근 변호사) 공공공사의 경우에는 품목 또는 지수조정률상 3% 이상의 증감이 발생한 경우에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고, 특정 자재의 가격변동이 15% 이상인 경우에는 해당 자재만도 조정이 가능했습니다. 민간공사의 경우에는 표준도급계약서를 통해 공공공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계약금액 조정을 가능케 하죠.
그런데 이렇게 국가계약법, 건설산업기본법에 규정이 존재함에도 계약 시에 특약 사항을 넣어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행위를 막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라고 합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9월 기준 153.67포인트로 전년 동월 대비 3.50% 수준 올랐는데요. 코로나로 요동치던 세계 경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겹치며 건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공사비가 치솟았죠. 이에 발주처와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도 작년 대비 최대 30%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공사비 분쟁의 중심에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민간공사의 경우 표준도급계약서 사용이 의무가 아니기에 계약 조정이 더욱 어려운 상황인데다, 물가변동 배제 특약에 의해 계약 금액의 수정 없이 시공을 진행한다면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당분간 민간공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건설사들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손실을 보고 있음에도 업계 신뢰도 문제와 책임 준공 조항이 있어 공사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는데요. 더불어 발주처가 공생을 위해 공사비를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공사비 급등은 특수한 상황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 기간 침체된 건설업계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공사비 갈등은 공공공사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건설사들의 계약금액 조정 요구가 증가하자 공공공사 계약에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포함하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공사비 변동이 심해지자 예산 관리의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민간공사에서는 이미 만연하던 일이 공공공사까지 넘어온 것이죠.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2년간 물가변동 배제특약으로 인한 분쟁 사례가 증가했는데요. 이에 건설사들이 대한건설협회를 통해 국토부에 특약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여부와, 어떤 부분이 무효인지를 질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국토부는 “건설공사 도급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그 부분에 한정해 무효로 한다.” 라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가 민간공사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계약서에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어도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죠.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이같은 유권해석을 내린 이후에도 발주처에서 해당 특약을 강제하는 경우가 많아 건설사와 원청간의 갈등 뿐만 아니라 원ㆍ하도급사간 갈등까지 심화되었는데요. 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거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생기며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상황이었죠. 이에 지난 1일, 기획재정부에서도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최근 공공계약에서 해당 특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특별한 이유 없이 계약금액 조정을 금지하는 특약은 해당 규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 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우선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유권해석에 대해 지난 2017년 대법원의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에 관한 하도급법 등 관련 법률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므로 이를 배제하는 특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라는 기존 판례에 변화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기존 판결은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계약상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한 사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불가항력적인 이슈로 공사비가 폭등한 상황에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유지는 계약상대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2017년 대법원 판결 이후 2019년에는 부당한 특약 무효와 공정거래 확립을 선언한 국가계약법 개정안이 신설되었고, 이어 올해 10월에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행되며 ‘물가변동 배제 특약’과 반(反)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입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한편 업계에서는 기재부의 이번 대응에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발주처가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강행하며 상급기관에 민원을 넣는 일까지 발생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고 밝혔죠. 기재부의 이번 유권해석을 통해 조달청이 나서 불공정한 계약 규정이 상당 부분 바로잡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기재부의 이번 유권해석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는데요. 마지막에 덧붙인 ‘구체적 사안에서 부당 특약에 대한 판단은 계약 당사자의 몫’이라는 부분은 부당 특약 때문에 공사 손실이 분명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입찰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최근 수주 고갈로 무리한 입찰에 들어가는 건설사들도 생기는 만큼 공공입찰 시장이 시장경제 논리와는 거리가 먼 상황인데, 이러한 부당 특약에 대해서는 시장경제 논리를 대입하니 답답하다는 것이죠. 게다가 유권해석은 권고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업계의 현황 개선에 대한 요구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특약이 포함된 경우 공사비 증액 요구가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이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사업자간의 계약에서 당초 도급계약서에 특약이 명시된 경우 발주처가 추가 공사비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다”며 “법적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정과 시위 등의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는 방법은 애초에 도급계약서를 잘 작성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정비사업의 경우는 사업시행인가 등의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특약이 꼭 들어간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처럼 민간 공사에는 공사비를 고정시키는 특약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공사비 증액 요구가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죠.
지난 인사이트에서 언급된 ‘표준도급계약서’는 이러한 ‘물가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사비 문제의 대응책으로 제시되었습니다. 국토부에서는 지난 8월 말,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정해 ‘주요 원자재 가격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연동’ 조항을 추가했는데요. 물가변동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법적인 효력이 없는 권고안으로 그쳐 실효성 면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다만, 국토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자제하는 이유는 민간공사가 ‘사인 간의 계약’이기 때문인데요. 또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무조건적으로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합법과 불법 사이의 경계에 모호하게 걸쳐 있기 때문에 그 자체의 부당함을 일방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는데요. 우선 기본적으로 특약이 계약 당시에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서 포함되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건설산업기본법 제31조에서 하도급계약의 적정성 심사 기준이 ‘현저하게’라는 말로 서술되어 있어 공사비의 적정성과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모호성의 원인이 되었죠. 물가변동 배제 특약에 대해서는 결국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체결한 계약이기에 시공사도 공사비 예측에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인데요. 따라서 최근 극심한 물가 상승을 이유로 특약이 무효라며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가 실제 상승률보다 물가 상승률을 과하게 예측해 수익을 얻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낙찰에는 입찰가격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물가변동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맞물리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업계에서는 현 사태를 개선하기 위해 ‘권고사항’의 제시가 아닌 법리적 모호성이 없으며 강제력을 가진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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