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에 있어 ‘기회의 땅’이라고 불립니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초대형 프로젝트의 산지이기 때문이죠. 최근에도 삼성E&A와 GS건설이 9조 8천억원의 가스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쾌거를 올렸는데요. 이처럼 중동 지역에서 활발히 수주가 이루어지며 16일 해외건설협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해외 건설 수주 실적에서 중동이 44%를 차지했죠. 그런데 지난해부터 중동 지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에 이어 얼마 전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발발했습니다. 게다가 사우디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의 축소 소식까지 들려왔죠. 이에 국내 건설경기 악화로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던 국내 건설업계의 불안은 커지고 있는데요. 금주 산군 인사이트에서는 전쟁과 유가 등 확산되고 있는 ‘중동 리스크’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목차
1. 중동 전쟁 리스크
2. 유가 불안
3.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시티’
지난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분쟁이 심화되며 이-팔 전쟁이 발발했는데요. 당시 인사이트에서 이란의 참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분석을 다루기도 했었죠. 그때는 다소 조심스러운 전망이었지만,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단행하며 ‘제5차 중동전쟁’으로의 확전 가능성이 가시화되었습니다. 이란의 이번 공습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 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들을 살해한 데 대한 보복인데요. 이스라엘은 즉각적으로 맞대응하지 않고, 강력한 대응 공격을 예고하며 내부 논의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중동 지역에 전운이 감돌며 ‘전쟁 리스크’에 대한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데요. 이 ‘전쟁 리스크’가 국내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간접적인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직접적인 부분은 전쟁 발발 시, 중동 지역에서 진행되는 수주가 타격을 받는다는 것으로, 이미 수주한 건은 공사 현장을 원활히 실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규 발주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행히 이란과 이스라엘에서 현재 진행되는 사업은 없는데요. 이란은 2017년 이후 유의미한 수주가 없었고, 이스라엘은 국교 단절 상태이기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데 분쟁이 확전 양상으로 간다면 주변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원자재부터 공사 인력까지 공사의 모든 부분에 차질이 생기게 되며, 공사기간을 지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간접적인 부분은 국제유가 상승과 금리 인하 지연 등이 있는데요.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3번째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고 국제 원유 운송량의 20%를 감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에서 양국의 피해가 크지 않았고, 미국·유럽·중국·러시아 등 세계 열강들이 개입한 만큼 본격적인 확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영토 문제, 석유, 종교 분쟁은 ‘전쟁 리스크’를 떼어놓고 볼 수 없게 해 불안은 언제나 잔존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유가 상승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우선, 중동 리스크로 인한 유가 상승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인플레, 고금리 등 부가적인 이유로 인해 국내 주택 업황에 악영향이 갈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반면, 일반적으로는 유가 상승 이후 중동국가들의 사업 발주가 늘어나 해외 수주 실적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최근에는 원자재 인상폭이 빨라 득보다 실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죠. 특히, 유가 상승 시에 시멘트 제조원료로 사용되는 유연탄 가격이 같이 오르기 때문에 주요 원자재 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이미 건설경기 악화로 원자재 물량이 30~40%정도 줄어든 상황에서 더 이상의 악재는 감당하기 어려움을 피력했는데요. 게다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건설공사비 지수가 27.6%로 역대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했죠. 공사비가 이미 엄청난 수준으로 오른 것입니다.
다만,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 우려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는데요.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99% 요격해 피해를 거의 보지 않으며, 전면전 발생 가능성이 사그라들어 WTI와 브렌트유 모두 하락세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미국과 EU의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가 논의되고 있기에 유가의 행방을 향한 불안은 지울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전쟁 이전에는 역으로 글로벌 유가 하락이 예상되며 주요국들이 재정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요. 어느 쪽의 예측도 건설 시장은 암울해 보이죠. 고금리와 전쟁 등 강력한 외부 변수의 개입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출처 : 네옴시티 공식 홈페이지
사우디아라비아의 신도시 ‘네옴’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역점 사업으로, 공개 이후 그 엄청난 규모에 세간을 놀라게 했는데요. 이중 핵심인 주거지구 ‘더 라인’은 길이 170km, 폭 200m 부지에 500m 높이 고층 건물 두 개를 나란히 지어 900만명 가량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으로 ‘세계 최대 토공사(Earthwork)’가 24시간 진행 중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공사가 진행되는 만큼, 국내 건설사들도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들었는데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이미 지난 2022년 1조 5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따낸 데 이어 모듈러 주택, 스파인 터널 등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네옴시티’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지난 6일 블룸버그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라인’의 1단계 목표치를 원래 계획보다 크게 낮춰 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초 더 라인의 1단계 목표는 2030년까지 150만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도시였지만, 30만명으로 하향 조정했는데요. 전체 목표였던 170km 길이 중 2.4km만 2030년까지 완료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금융권 전문가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본 부족’을 그 이유로 분석했는데요. 네옴시티 1단계에 들어가는 비용만 319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을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가 대기로 했었죠. 그런데 남은 절반을 투자받는 것이 순탄치 않을 뿐더러, 정작 사우디 공공투자기금의 자금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우선 사우디 ‘부’의 근간인 석유 가격이 예상치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사우디 공공투자기금의 투자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해외에서 파트너를 유치하기 위해 로드쇼 등을 개최하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시원치 않은 상황입니다. 전세계적인 고금리 기조와 더불어 ‘중동 전쟁 리스크’가 이유로 꼽히고 있죠. 이에 18일 사우디에서는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다만 목표치 하향에 따른 추가 공사 발주 지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 내용은 동아일보의 4월 10일자 ‘사우디가 돈이 부족하다고? 네옴시티 야망이 주춤한 이유’의 내용을 발췌 및 요약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전문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중동 지역에 내재된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에 있어 중동은 너무나 매력적인 시장임을 틀림없습니다. 국내 굴지의 건설기업들이 중동 지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도 새어 나오고 있는데요. 다만 중동 지역의 비중이 전체 해외 수주의 절반 가까이에 달해 ‘중동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흘러나온 네옴시티 축소 소식과 일련의 사태로 인한 유가 문제 등 직·간접적인 불안이 존재하기도 하는데요. 물론 도전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죠. 하지만 검은 황금의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을 인지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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