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에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죠. 2022년 11월에는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하여 국내 기업들과 290억 달러 규모의 MOU를 체결하여 제 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부터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사우디 재정이 악화되고, 사우디 내부 요인 등으로 외부 투자 유치 성과도 저조해 네옴시티 프로젝트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네옴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하고 있던 국내 건설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는데요. 하지만 사우디는 여전히 해외 수주의 큰 손으로 꼽히는 만큼 국내 건설사들도 수주 전략을 수정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금주 인사이트에서는 사우디 네옴시티 사업 동향과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 변화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1. 네옴시티 프로젝트
2. 네옴시티 동향
2-1) 저유가 기조 지속으로 재정 악화
2-2) 해외 투자 부진
3. 사우디 반응
4. 국내 건설사의 대 사우디 수출 전략 수정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운을 건 대형 프로젝트, 네옴시티의 시작을 알린 바 있죠.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가 재정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탈석유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역점 사업인 비전 2030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데요.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가 담겨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네옴시티는 유리벽을 나란히 세운 형태의 친환경 직선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2029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릴 산악 여가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 주거 산업 관광 특구인데요. 이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최대 1조 5000억달러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지며 제 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도 커져갔습니다. 해외 수주 활로를 찾고 있던 국내 건설사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기회였죠. 국내 건설사들은 그간 쌓아온 중동 사업 실적 등을 내세우며 네옴 프로젝트 수주에 공을 들였는데요. 그 결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더 라인’의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니인 ‘스파인’ 지하 터널 공사를 수주했습니다.
또한 한미글로벌, HD 현대 인프라코어 등이 네옴 프로젝트 관련 계약을 수주하기도 했죠.
그런데 올 상반기부터 네옴시티 프로젝트 축소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초 사우디는 더 라인의 규모를 길이 170km, 높이 500m, 너비 200m로 설정했는데요. 주요 외신은 더 라인의 길이가 기존 170km에서 2.4km로 줄어들 것이란 보도를 내놓기도 했죠. 비슷한 시기 사우디 정부도 2030년 더 라인 수용 인원을 150만명에서 30만명으로 축소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이에 더해 현지에서도 올 1월 이후 더 라인 공정 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이 체감된다는 소식까지 나온 바 있습니다. 또한 국내 기업에게도 공사 속도를 늦춰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네옴 프로젝트 축소 우려가 사실이 아니냐는 의견에 힘이 실렸습니다. 실제로 올 8월까지 사우디의 메가 프로젝트인 디리야, 네옴, 퀴디야, 로신, 홍해개발과 관련한 계약은 한 건도 낙찰이 이루어지지 않았죠.
이처럼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렸다는 예측이 나온 이유는 2022년 말부터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사우디 자본이 부족해졌기 때문인데요. 사우디는 사업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부 펀드인 공공투자기금 PIF에서 조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사우디의 재정에도 무리가 가기 시작했는데요. 사우디는 유가를 끌어올리고자 감산 조치를 감행했지만, 원하던 효과는 발생하지 않았죠. 오히려 재정 타격과 생산 점유율 하락만 얻었을 뿐이었습니다.
지난 7월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정부 위원회는 네옴시티를 포함한 거대 프로젝트들을 전면적으로 검토하면서 네옴시티에 당초 목표보다 20% 적은 예산이 배정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지난 10일, 사우디 재무부가 발표한 2025년 회계연도 사전 예산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의 2025년 예상 회계 지출은 1조 2850억리얄(한화 약 462조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2024년 예상 지출 1조 3550억리얄에 비해 5.2% 감소한 수치이죠. 이와 더불어 2025년 예상 수입은 1조 11484억리얄로 2024년 예상 수입(1조 2370억리얄) 대비 4.3% 감소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사우디 정부의 예상 지출 감소가 네옴시티 관련 예산 삭감 전망이 나온 것과 연관이 있지 않겠냐는 예측을 내놓고 있죠.
이에 사우디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부족한 재정을 메우고자 했는데요. 하지만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자금 조달 목표액은 1000억 달러였지만, 실제 조달액은 33%인 330억 달러에 그친 것으로 보고됐는데요. 또한 외국인직접투자유입액 역시 목표치였던 9.2% 보다 8%p 낮은 1.2%에 불과했습니다.
주요 외신은 사우디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네옴 프로젝트 임원진들의 비위 때문에 해외 투자가 부진한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우디는 비전 2030계획 발표로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던 때, 국내 주요 인사 400여 명을 감금 및 숙청한 바 있는데요. 왕족, 기업 총수, 장관 등의 부패를 벌하겠다는 명목으로 폭행 및 심문, 재산 압류를 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사우디의 정치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여겨 사업 초기 투자 유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네옴시티 임원진들이 친인척에게 계약을 몰아주거나, 실제 일을 하지 않아도 거액의 월급을 준 비위 행위를 한 것이 적발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임원진들이 인종차별, 성희롱, 건설현장 사망자를 조롱하는 등 적절치 않은 행동을 일삼았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는데요. 이런 부분에서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서방 국가들이 거부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국 친환경 에너지기업 솔라워터는 사우디 당국이 토지 개간을 위해 마을을 불도저로 철거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1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죠.
사우디 당국은 사업 규모 축소 우려가 제기되던 때부터 기존 계획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요. 더 라인 최고운영책임자 자일스 팬들턴은 최근까지 자신의 링크드인에 네옴시티 진행 상황을 담은 게시물을 올리며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고, 더 라인 길이는 170km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사우디는 최근 네옴 프로젝트의 일부인 고급 해양 리조트섬, 신달라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신달라 조성 공사는 내수 진작을 위해 현지 기업 위주로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다시 드라이브가 걸렸다고 어려워 보입니다.
게다가 PIF 해외 투자 비율을 줄이겠다는 발표 등 여러 신호가 사우디의 자금 부족을 시사하고 있는데요. 지난 30일, 외신에 따르면 PIF는 현재 21%인 해외 투자 비중을 18~20%까지 줄일 계획이라 밝혔습니다. 정부 재정 확보나 해외 투자 유치가 요원해지자 부족한 자금을 PIF 자금으로 메우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PIF는 절대적인 투자액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10년 전에는 PIF 자금 대부분이 국내 투자에 들어갔다며 재정 악화설을 일축하려는 듯 보였는데요. 하지만 저유가와 해외 투자 부진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이란 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값 상승 및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악재에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 사업 규모가 축소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봐도 무방해 보입니다.
네옴시티 사업 규모 축소는 건설업황 부진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네옴 프로젝트 수주로 반전시켜 보고자 했던 국내 건설사들에게도 반갑지 않은 소식인데요. 업계는 이미 공사가 시작된 프로젝트가 중단될 우려는 적지만, 추가적인 사업 수주에는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스파인 터널 공사 이후 현재까지 추가 발주가 이루어지지 않았죠.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고,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인데요. 네옴 프로젝트 자체도 포기하기 아까운 프로젝트이지만, 사우디에는 네옴 이외에도 굵직한 프로젝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2027년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과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가 모두 사우디에서 개최될 예정안데요.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지역본부 참여를 통해 현지 지사를 설치하고, 대형 이벤트 관련 사업 수주에도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업계 관계자는 10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민간 주도 주거·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민간 투자 사업으로도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건설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에게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요. 사우디 사정 상 당초 예상한 규모 만큼의 발주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아쉬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 전략 다변화를 통해 네옴시티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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