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맘때는 보통 신년 사업 계획 수립이 마무리되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트럼프 당선, 계엄-탄핵안 가결 등으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부분의 건설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데요.
현 정부가 추진 중이었던 부동산 정책이 불투명해져 국내 건설시장 전반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지자 분양 일정을 재검토 하는 등 고심에 빠진 것이죠. 또한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해외수주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내년도 사업계획 마련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정부도 국내 건설기업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인데요. 금주 인사이트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건설산업에 예상되는 변화와 정부 대응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통상적으로 건설사들은 연말에 임원·인사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후, 곧장 내년도 분양 목표를 설정하는 등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계엄-탄핵안 가결 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과 보다 강력해진 자국우선주의 기조로 돌아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영향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건설사들의 사업계획 수립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건설산업은 특성상 정부 정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요. 특히 주택시장은 정부 규제와 공급 계획에 영향을 많이 받죠. 해외수주의 경우도 국가신인도가 사업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때문에 건설사들이 대내외 정치 경제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불확실성 확대가 건설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래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하면서 환율은 1400원 대로 오른 바 있는데요. 당시에도 건설산업연구원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2기 정책의 영향으로 환율이 상승해 건설공사비도 같이 오를 것이라 예상했었죠.
그런데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2주 만에 36원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연준이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고, 그 폭도 축소할 것이라 예고하면서 19일 장 초반에 원달러 환율이 15년 만에 1450원 선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죠.
환율은 건설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환율이 상승하면 유연탄, 철광석 등 필수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올라 건설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도 건설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가 멈추는 현장들도 다수 있었는데, 만약 강달러 기조가 계속된다면 신규 인허가 및 착공은 물론이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마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DSR등 가계 대출 규제 정책이 계속되면서 주택 매수 관망세가 고조되어온 가운데 공사비 상승의 여파로 분양가까지 상승할 경우 분양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어 건설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본격적인 탄핵 정국으로 들어선 가운데 현 정부가 추진하던 부동산 정책들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 정부와 여당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재건축·재개발 사업 촉진 특례법 제정을 추진해왔는데요. 하지만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해당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와 더불어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사업도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나오는데요. 당초 정부는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계획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주 정책 미비와 같은 사업적인 문제와 더불어 불안정한 시국 탓에 사업 동력이 빠질 수도 있단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또한 건설업계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교통망 조성 사업과 같은 대형 사업의 경우 기존 인사가 새 업무를 추진하기 어려워 사업 발주가 지연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데요. 아직 사업 지연으로 인한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SOC 예산 축소도 건설업계에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입니다. 지난 8월, 정부의 예산안 발표 당시 12개 주요 분야 예산안 중 SOC예산만 유일하게 감액됐는데요. 당초 정부는 SOC 예산안을 올해 대비 3.5% 감액한 25조 5000억 원으로 편성했죠. 그런데 지난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SOC예산안은 이보다도 1000억 원이 더 줄어든 25조 4000억 원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앞서 건설산업연구원, 대한건설협회는 경제성장률 제고 및 지역 균형발전 등을 위해 최소 28조원의 SOC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28조에 한참 못 미치는 예산이 편성되면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었죠.
SOC 예산 삭감은 비수도권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중심으로 일감을 확보해왔던 지방의 중소·중견 건설사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데요. 올해 폐업한 29곳의 건설사 중 85%가 지방 업체였을 만큼 지방 건설사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 가면 건설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당국도 이러한 건설업계의 애로사항을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내년 1월 추경 편성이 이뤄진다면 SOC 예산이 1조원 가량 증액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야당의 감액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로 SOC예산 추경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실제 SOC 예산이 어떻게 편성될 지는 조금 더 지켜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되자 해외수주로 눈길을 돌렸던 대형 건설사들도 불안정한 국내 정치 상황 탓에 국가신인도가 하락할까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신인도는 발주처가 업체를 선정할 때 중점을 두고 살피는 항목이고,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 심층적인 관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에 내년 3월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지난 9일, 체코 관계자들이 일정 변경 없이 방한해 한국 원전 사업 역량을 점검한 점, 체코전력공사(CEZ)가 언론을 통해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는 있으나 계약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점 등으로 미루어 보아 우려와는 달리 체코 원전 계약은 순항 중이란 해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또한 지난 19일 한수원 주도 국제 컨소시엄이(한수원-캐나다 캔두 에너지-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리어) 2조 8천억 원 규모의 루마니아 원전 리모델링 사업 수주를 확정 짓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한수원이 수주한 금액은 약 1조 2천억 원으로,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삼성물산, 한전KPS 등이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로 미루어 보아 당장은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인해 해외수주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하지만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향후 해외수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데요. 불안정한 정국으로 해외건설수주가 위축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국내 경제 전반이 흔들리자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우선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한 무제한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하며 시장 참여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는데요. 이에 기업들도 기존 자금 조달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와 더불어 대외 신인도를 지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외교 행보를 이어오고 있죠.
또한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고 민간의 공급 여건도 개선할 계획인데요. 정부는 내년 공공주택 공급 목표를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 2천 가구로 잡고, 올해보다 2만 가구 많은 7만 가구를 착공하겠단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HUG는 PF 보증 공급을 통해 민간에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부동산원은 올해 신설된 공사비검증지원단과 공사비계약 컨설팅팀 등을 운영하여 공사비 분쟁 예방과 해소에 나설 방침입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국내 건설사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중에서도 분양계획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내외 이슈들로 건설경기가 완연한 회복세에 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정부와 기업은 따로 또 같이 힘을 합쳐가며 위기를 극복하고, 건설 침체기를 잘 이겨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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