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 대한 전면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1년 제정되어 현재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시행중인데요. 중소기업 대상으로 전면 시행을 코앞에 둔 지금 법안을 둘러싼 각계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금주 산군 인사이트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 대한 각계의 반응을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1. 중대재해처벌법이란?
2.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현황
3. 업계 반응
3-1) 중소기업계
3-2)노동계
4.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유예 논의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1년 1월 제정되어 2022년부터 시행 중인 법안인데요. 산업상의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임으로써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목적으로, 중대재해 발생 시 원인을 제공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 1년 이상의 징역 도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지난해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 적용 중인데요. 법안 첫 시행 시 50인 미만 사업장에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죠. 이 유예기간이 2024년 1월 27일 부로 종료됩니다.
💡 법령의 전문은 법제처 국가법령센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첫 시행된 후, 올해 4월 법률 위반에 대한 첫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하청 노동자 사고로 원청 대표와 법인까지 처벌하는 판례가 나오며 처벌이 본격화되자 건설업계는 불안감에 떨고 있는데요. 특히 대형 건설사의 경우는 한번에 수백 곳의 현장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유의해야 하죠.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건설사 대표 뿐만 아니라 그룹사 오너까지 처벌될 수 있어 건설안전 대비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대형 건설사에서는 현장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여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는데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고 위험요인을 제거한 ‘설계안전성검토(DFS)’를 전면 도입하고, AI 카메라와 타워크레인 과부하 방지 모니터링 장치로 현장 장비 안전관리도 강화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한 스마트기술을 모든 현장에 적용하며 스마트에어백, 스마트 안전벨트 등 신기술을 통해 건설현장 안전관리에 힘쓰고 있죠.
정부에서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건설현장을 집중적으로 점검에 나서는 등 안전한 건설현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지난달 22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제22차 현장점검의 날을 맞아 올해 3분기 기준 사망사고가 집중된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의 추락사고 예방조치를 점검한다고 밝혔습니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체 사고사망자의 40%에 육박하는 추락사고 사망자는 예년에 비해 24% 감소했지만, 이 중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의 사망자는 18.3%나 증가했는데요. 이에 고용부는 기본 수칙만 준수했어도 방지할 수 있는 사고가 다수였다며 현장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겨울로 접어들며 춥고 건조해진 날씨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에 핵심안전수칙 등을 건설현장에 제공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죠.
다만, 이러한 각계의 건설안전을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건은 모두 408건이었지만 이 중 재판으로 넘겨진 사건은 10%가 채 안되는 23건에 불과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사고 발생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검찰 수사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건도 있는 상황인데요.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등은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해 세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하다 보니 수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법이 시행된 후 선고가 나온 11건 모두에서 유죄 판단이 나왔죠. 재판에서 기업 측은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안전관리 수준이 적합했는지를 세밀하게 판단했는데요. 일반적인 수준의 안전관리 대책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유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한편, 유죄 선고된 11건 중 집행유예가 10건으로, 실형은 1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형량이 약해 산재 예방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그러나 집행유예는 피해자나 유족과의 합의에 따른 것이며, 덮어놓고 ‘봐주기’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중처법을 통해 원청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으로도 의의가 있다면서도, 대부분 하청 현장에서 벌어진 사고의 책임을 원청에 강하게 묻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지난달 28일에는 건설안전분야 전문학술단체인 한국건설안전학회 주최로 ‘건설현장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법제 개선 및 안전관리 강화방안’ 토론회가 개최되었는데요. 건설안전학회장과 건축산업진흥원 단장, 건설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해 중대재해 예방에 있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과 한계, 효과적인 정책 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중처법의 실효성 증대를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재고의 필요성, 근본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발주자 직접 사업관리책임제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죠. 그런데 이날 토론회에서 눈여겨볼 점은 법안 대상자인 건설사들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었다는 것인데요. 이미 법안을 적용중인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 근로자의 근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100대 0의 흑백논리가 아닌 큰 틀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동시에 중대재해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한 예산 지원의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중처법이 현실을 반영해야 하며, 기업의 규모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도 일맥상통하죠.
한편,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둘러싸고 중소기업계와 노동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각각의 입장이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이 유예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대한상공회의소가 50인 미만 기업 641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89.9%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미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중처법 시행 대비가 어려운 이유로는 법 준수사항이 방대하며, 안전관리 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부담스러운 비용 등을 들었는데요.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월 내년 중처법이 적용되는 892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유예 2년 간 중처법 준비가 어려웠던 이유로 전문 인력 부족(35.4%)와 예산(자금) 부족(27.4%)을 꼽은 업체가 전체 60%를 넘으며 비슷한 결과를 보였죠.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20~49명이 소속된 중소기업은 최소 1명 이상의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둬야 합니다. 그러나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는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져야 해 지원자가 적은 데다 대기업에서도 수요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는 채용이 어렵다는 주장인데요. 게다가 만약 관리관을 채용한다고 해도 지급해야 할 금액이 적지 않고, 여기에 물가 상승으로 급증한 안전관리 비용까지 더해진다면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건설사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임을 호소했습니다.
이때 상단의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서 중처법 대비 조치를 진행한 기업은 22.6%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에 법 적용을 유예하고 추가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위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서는 ‘노후설비 개선 등 안전투자 재정 및 세제 지원’(45.0%)이 중처법 관련 가장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 언급되었는데요. 중대재해법 규정에 맞춰 현장 안전에 투자한 중소기업에게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하루빨리 확대 시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50명 이상의 근무지에만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할 수는 없다며, 근로자의 근무 환경이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산재 노동자의 69.9%, 사망자의 61.7%가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던 만큼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산업 재해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죠.
중소기업계가 준비의 어려움에 대해서 언급한 것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는데요. 한국노총에서 지난 3년간 총 3회에 걸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사업’을 진행한 결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생각외로 크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요된 비용과 시간은 3100만원, 약 3개월 내외였다는 것인데요. 이미 34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2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유예를 주장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이상 추가로 유예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중처법에 따라 대표자가 처벌받게 되어 구속되거나, 징역을 받게 된다면 폐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 상황을 고려해 달라는 것이죠. 한편, 이와 같은 중소기업계의 요청이 계속되자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유예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정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23일 홍익표 야당 원내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논의에 대해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요. 2년 간의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와 향후 2년 간 산업안전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재정지원방안 제시, 2년 유예 후에는 반드시 중대재해처벌법을 모든 기업에 적용한다는 경제단체의 약속 등이 그것입니다. 이 조건이 충족된다면 유예를 위한 개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중처법 유예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는데요. 적용유예 의견은 감축에 나쁜 신호라는 의견과 정부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어서 지난달 2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참석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의 부담이 클 것을 우려했는데요. 중처법 전면 시행 유예를 연장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또한 같은날 ‘중소기업중앙회’에 참석하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요. 정부에서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계 지원을 약속하며 중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법이 발의돼 있는 만큼 여야간 논의를 지원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정계를 중심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유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요. 다만 개정안이 연내 통과하기 위해서는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마지노선일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죠. 하지만 29일 법사위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는데요. 이에 따라 중처법 적용유예를 위한 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각계에서 이번 법안의 통과 여부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논의의 끝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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