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기후 위기입니다. 수해 전부터 전문가들이 이상기후와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성토했지만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었죠. 그러나 세계 각지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각국의 정부와 기업들은 대응책을 찾기 시작했는데요. 금주 산군인사이트에서는 기후 위기와 건설 업계의 대응 상황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목차
1. 기후 위기
1-1) 전세계적인 기후 위기 상황
1-2) 건설업 현황
2. 건설업계 대응
2-1) ESG 경영 정책
2-2) 기후변화 신(新)사업
2-3) 기후변화 대응 수준
2-4) 정부 정책과 업계 반응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났다. 끓어오르는 ‘지구 열대화’ 시대가 도래했다(The era of global warming has ended ; the era of global boiling has arrived).”
지난 7월 27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뉴욕 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 말입니다. 지구가 따뜻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점점 끓고 있다는 것인데요. 유럽과 스페인, 인도 등 수많은 국가에서 비정상적인 폭염을 맞이했죠. 이는 해가 지날수록 전년도의 더위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해당합니다. 게다가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1년 내내 화창하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는 올해 초부터 갑작스러운 폭우와 폭설이 있었고, 인도에서는 몬순 기간에 45년만의 최악의 폭우가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잇달아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은 필연적으로 인명 피해를 불러오는데요. 지상 낙원으로 불리던 하와이에서는 얼마 전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1,000명 이상이라는 유례없는 실종자와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죠. 중국과 인도에서는 폭우로 수백 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피해는 글로벌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TSMC가 미국에 신설하는 공장이 ‘워터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인데요. 이와 같은 견해가 나온 배경으로는 TSMC가 공장을 신설하는 애리조나주의 핵심 수원지인 콜로라도강이 수십 년째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라고 할 정도죠. 그런데 반도체 생산에는 공장 하나가 소규모 도시 한 곳에서 1년 동안 소비되는 물을 하루동안 사용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물이 들어가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최악의 가뭄이라는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입니다.
외부에서의 작업이 주된 건설업 특성상 필연적으로 기후 변화에 밀접한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우선 이상기후 현상 중 하나인 비정상적인 폭염은 기본적인 인간의 노동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관련된 여러 연구에서 기온이 영상 32°C에 도달하면 생산성이 25% 떨어지며 38°C 이상이 되면 손실이 70%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2030년 3천조원이상 경제적 피해가 폭염으로 인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죠. 게다가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 환자 발생도 증가하기 때문에 적합한 휴게장소 구축 등 추가 비용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더불어 폭염뿐만 아니라 집중호우나 태풍 등의 이상기후 현상 또한 외부 작업에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공사 현장 기물이 강한 호우나 태풍 등으로 무너지거나 침수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작업자의 안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죠.
그런데 건설업 특성상 노동력 이외에도 이상기후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데요.바로 콘크리트 양생 문제입니다. 콘크리트 양생이란 물, 모래, 시멘트 등이 섞여 단단해지는 과정을 일컫는데요. 건물 하중 등 압력을 버텨야 하고, 철근이 부식하지 못하게 보호해야 하는 콘크리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기 때문에 건축물 품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콘크리트가 너무 빨리 말라도, 느리게 말라도 문제이기 때문에 온도가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죠. 게다가 최근 국지성 호우 등 일기예보와 다르게 갑자기 비가 내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이 경우 콘크리트에 물이 섞이게 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철강이나 시멘트 등의 원자재 가격이 높아질 전망인데요. 심지어 철강업의 제조단가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의 규제로 2030년에는 현재보다 24%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현대건설은 2030년 철강류 구매 비용이 2022년 대비 1천6백억원 오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죠.
한편, 이상기후로 인한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기회가 되는 요인도 있습니다. 이상기후 대응을 위한 도심 인프라 확대의 가능성이 바로 그것인데요. 일례로, 미국은 지난 2021년 허리케인 아이다 이후 맨해튼에 홍수 방지 장벽을 세우는 공사를 진행하는 등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건설업계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시화되고 있는데요. 기후 리스크 대응전략은 이제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되었죠. 그렇다면 현재 건설업계의 대응 상황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은 2025년까지의 중기사업전략에서 1.5~2조원을 투자해 태양광, 수소 등의 친환경 에너지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인데요. 이미 괌,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현대건설은 기후변화를 리스크 뿐만 아니라 기회요인으로도 분석했는데요. 오히려 기후변화로 인해 신재생에너지와 SMR에 대한 수요 증가로 매출 증가를 기대 중입니다. 저탄소 기술 개발을 통한 시장 선점도 중장기적으로 큰 기회로 분석했으며 현 EPC(설계・조달・시공)에서 플랫폼・디벨로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대형 건설사 뿐만 아니라 중견 건설사에서도 ESG경영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계룡건설은 지난달 7일 지속경영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환경경영 시스템과 정책,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활동 등을 ESG경영의 주요 이슈로 선정하고 ISO14001(환경경영시스템)을 전 사업영역에 적용해 환경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플랜을 수립해 실천 중입니다.
또한 건설사들은 미래 산업과 지속 성장의 가치를 더해 사명을 변경하고 있는데요. 포스코건설은 20년간 써온 사명을 버리고 포스코이앤씨로 사명을 변경했죠. 이앤씨는 통상적으로 ‘Engineering(공학)&Construction(시공)’을 의미하지만, 포스코이앤씨는 ‘Eco(환경)&Challenge(도전)’라는 뜻을 담아 친환경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2년 전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한 후 글로벌 친환경 기업을 적극 인수하며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났는데요.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폭발적인 매출 신장이 이뤄지며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중입니다.
건설사들의 이러한 경향은 환경 문제에 보다 민감한 해외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었는데요. 기후변화, 환경오염을 비롯한 환경 문제가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건설업계는 현재 블루오션인 친환경 기술 시장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신(新)시장 개척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현대건설은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약을 맺어 한국형 스마트팜의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친환경 건설자재 전문기업 홀심과 업무협약을 맺고 소성점토를 활용한 저탄소 신재료 개발 연구를 추진 중입니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연소 과정에서 대기오염이 발생하지 않는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해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열에너지를 식물 성장에 활용하는 기술을 스마트팜에 적용하려고 계획 중이죠.
포스코는 원자재인 철강과 건설업 모두에서 친환경 대응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 중인데요. 철강 부문에서는 지난해 11월 탄소저감 브랜드 ‘그리닛’을 발표하고 국내 최초로 탄소감축량 배분형(매스 밸런스) 제품인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을 출시했습니다. 매스 밸런스는 이미 해외에서는 적극 도입된 방식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 실적을 특정 강재에 배분해 판매량이 온실가스 감축량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전기로를 도입한 후 중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탄소배출을 30% 이상 저감한 ‘그리닛 카본 리듀스트 스틸’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죠.
그리고 포스코에서는 친환경 시멘트 ‘포스멘트’를 개발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인데요. 최대 60%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 ‘포스멘트’를 한국전력공사에서 활용할 수 있게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이를 통해 전력산업 분야에서의 사회적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포스코의 친환경 사업의 결과는 수치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는데요. 지난해 포스코의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이 전년 대비 830만 톤 감소한 7018.6만 톤으로 잠정 집계되었죠. 이에 국내 철강산업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포스코의 영향으로 업계 전체 배출량이 전년 대비 8.9%가량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장기 저장 및 운송의 편리함과 화합물 형태의 변환이 용이해 활용도가 높은 차세대 에너지원 ‘수소’중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상용화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어 아직 실제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오히려 ‘생산 인프라 구축’에 주목했는데요.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SK에코플랜트는 발빠르게 움직여 글로벌 에너지 전문 기업들과 업무협약・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죠.
한편, 친환경 경영 전략 뿐만 아니라, 이미 진행중인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건설현장에서 즉각 대응이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건설업계에서는 모듈러 등 탈현장(OSC) 시공방식을 도입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사전에 공장에서 건설에 필요한 구조물들을 미리 조립해 가져오고,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기 때문에 기후와 상관없이 시공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공사기한에 영향을 받을 일이 없어지게 됩니다. 이에 지난달 18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독일 연방 건축공간연구소(BBSR)와 업무협약을 맺고 모듈러 건축 활성화 등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내 건설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으로 나타났는데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지난달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공신력 있는 기후변화 대응 수준 평가기관으로 알려진 CDP의 평가에서 최근 5년간 국내 6개 건설기업이 최고등급을 획득했습니다. 해당 평가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평가대상 기업을 선정하여 탄소경영전략, 리스크 관리능력, 온실가스 감축노력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분석해 이루어지는데요. 평가보고서는 전세계 금융기관에 제공되어 투자지침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CDP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등급을 매기며 최우수등급인 A등급과 A-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에 LEADERSHIP 호칭을 부여합니다.
2022년 기준 전세계 약 2만 개의 평가대상 기업 중 최우수등급인 A등급을 획득한 기업은 1.5%(299개)에 불과했죠. 해외 건설업계에서는 단 8개 기업만이 A등급을 획득했는데요. 아래는 해외 건설기업 중 2012년부터 11년간 CDP의 기후변화 대응수준 우수 평가기업 기록입니다.
국내 건설기업 중 총 6개 기업이 최근 5년 간 LEADERSHIP에 해당하는 A・A-등급을 획득하며 기후변화 대응 수준이 전세계적으로 우수함을 보였습니다. 특히 현대건설・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0년간 A・A-등급을 5회 이상 획득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죠. 이중 현대건설의 경우에는 2014년부터 5년 연속 A등급을 받아 2018년 명예의 전당에 편입된 이래로 꾸준히 우수한 평가를 유지하며 5년 연속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건설 업계 전반적으로 아직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요. 지난 7일 있었던 국토부 주최 ‘ESG경영과 녹색건축 연계방안’에 대한 토론에서 학계 관계자들은 국내 건설사들의 현장 대응이 아직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죠.
다만,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는데요. 현재 정부에서는 3R(Reduce, Reuse, Recycle)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고 있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포스코이앤씨에서는 버려진 플라스틱과 제강슬래그를 재활용해 친환경 거푸집을 개발하고 현장에 사용 중이지만, 이는 가설자재(공사가 끝나면 해체하고 철거하는 자재)에 해당해 정부 평가에 누락되는 것이죠. 또한, ESG경영 촉진 정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보다 공공기관 입찰에 ESG 평가 점수가 반영되는 것을 선호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정부의 ESG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공 필요성을 피력했는데요. 이에 업계에서 탄소 배출에 대한 기본 개념의 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인명 피해가 늘어나고, 산업 분야에도 영향이 미치며 건설업계에서는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었는데요.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과 혁신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며 대응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죠. 업계에서는 급변하는 대내외 상황에 발맞춰 미래의 건설 산업이 궁극적으로 노동 집약성을 탈피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업계에 새롭게 불고 있는 ‘지속가능한 경영’ 기조가 향후 기후 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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