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국에서 건설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죠. 입주를 코앞에 둔 아파트들에서도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에 공사의 전면에 나선 시공사들한테 사고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는데요. 전문가들은 시공사 뿐만이 아닌 건설 업계 전반적인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굵직한 공사를 수주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과는 대조적인데요. 금주 산군 비즈인사이트에서는 해외와 국내의 감리 구조의 차이에 주목하여 실태를 비교 분석해 보겠습니다.
목차
1. 국내 감리 실태
1-1) 부족한 인력
1-2) 전문성 의문
2. 해외 감리 실태
2-1) 싱가포르
2-2) 그 외 선진국 실태
3. 업계 반응
4. 국토교통부 대응
국내 건설사가 성공적으로 시공한 대표적인 해외 사업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건설 현장과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 공사 현장의 경우에 각각 공사 인력 3명, 7명당 감리원 1명이 붙었는데요. 반면 잠실 롯데타워에는 10명당 1명, 이순신 대교에는 23명당 1명의 감리원이 투입되었습니다.
양쪽 다 국내 건설사가 시공했지만 배치된 감리 인원의 차이가 극명합니다. 이러한 감리 단계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설정한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과거 철근 누락 사태 이후 ‘주택건설공사 감리자지정기준’이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2000세대 기준으로 평가점수에서 최고점을 받기 위해선 4명의 감리원만 필요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감리사들은 그 이상의 인원을 배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현장에서는 몇 천 세대에 달하는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감당하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인원이라는 의견입니다. 때문에 역설적으로 소규모의 건축물일수록 더 정밀한 감리가 가능하다고 하죠.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투입되는 감리원들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도 있는데요. 현재 국내에서는 3년제 전문학사 과정 졸업 후 건축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건설사에서 1년만 근무하면 누구나 현장에서 감리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전문 자격증이 존재하는 ‘건축사’와는 달리 감리 업무만을 전문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감리사’ 자격증이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게다가 1990년대 초, 주택법 개정으로 설계사와 감리자가 분리되었다는 것도 감리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감리자의 역할이 시공이 치중되며 설계에 대한 역량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그런데 감리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요 단계마다 설계 도면대로 시공되었는지 점검하고, 다르게 진행되었다면 시정 또는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일종의 ‘건물 안전의 최종 보루’인 셈이죠. 이에 건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무량판 사태처럼 구조가 어려운 경우 오류를 제대로 잡아내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는데요. 현행 제도로는 설계-시공-감리의 주요 과정 중 한 축을 차지하는 감리를 온전히 맡기기에 부족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국내 상황을 해외 주요 국가들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많은 차이가 있었는데요. 건설안전관리에서 우수한 사례로 꼽히는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선진국의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싱가포르는 최종 승인과 별개로 설계와 시공에 각각 전문 감리를 투입하는데요. 시공감리(QP)는 구조 인허가를 진행하며 기초, 골조공사의 품질이나 진행 등 전반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설계감리(AC)는 앞선 시공감리가 설계한 내용을 독립적으로 검토하며 지정된 체크리스트에 맞춰 설계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이 과정들을 거쳐 건설부(BCA)에서 최종 승인이 나게 되는 것이죠.
싱가포르 노동부가 추진 중인 ‘DfS(Design for Safety)’, 즉 ‘위험을 근원부터 감소시킨다’는 정책의 일부인 ‘안전보건관리시스템 요구사항’에서는 감리(audits)에 대해 감리가 시행되는 빈도나 필요한 작업장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수한 싱가포르의 안전 관리 프로세스는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연구원의 ‘건설업 생애주기에 따른 산업재해 감소방안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보건관리령 이 제정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하는데요. 스마트 건설기술의 도입과 강력한 법 실현을 통해 현재의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정착되었다고 하죠.
먼저, 영국 또한 싱가포르처럼 설계자의 권한을 확대하여 설계부터 시공의 과정에도 책임을 부여하는 제도가 구축되어 있는데요. 1994년 제정된 CDM(The construction design and management regulations)이 그것입니다. 과반수의 건설사고가 사업 준비단계에서 발생하는 ‘부적절한 결정’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하여 공사 주요 참여자들의 안전관리 역할과 책임의 분담에 주목했는데요. 공사 이전에는 설계자가, 이후에는 원도급자가 안전과 보건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미국은 설계 담당인 엔지니어링사가 감리까지 진행하는데요. 감리가 엄격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절한 비용이 책정되죠. 게다가, 그에 따른 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소송에 휘말리는 리스크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실효성 있는 감리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는 플랜 체커(plan checker)에 해당하는 기술사 등 관련분야 전문가를 인허가 과정 중 고용하여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일본은 감리 제도가 따로 있지 않고, 건축사 제도만 존재합니다. 다만, 구조에 전문적인 건축사가 구조도면을 작성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일정한 규모 이상인 경우에는 구조설계 1급건축사가 도면을 작성하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이 부여되죠.
현재 상황에 대해 관계자들은 해외 사례를 들어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는데요. 미국의 CA제도를 참고해 감리 단계에 설계사를 참여시켜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죠. 또한 공사의 원 발주처가 직접 감리까지 발주하여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치가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사업 구조의 본질적인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량 공급으로 이루어지는 아파트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어 일반 건설 현장보다 낮은 평당가의 박리다매 사업인데요. 아파트 건설사들은 자연스레 원가와 경비를 낮추는 것에 목 맬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공사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의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게다가 최근 아파트 경기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인데요. 이는 안정적인 경기를 유지하는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과 대조적으로 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을 심화시켜 우수한 인력의 원활한 공급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일 화성의 공공아파트 공사 현장을 찾아 공공감리제도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현장의 감리활동을 직접 지켜보는 등 안전실태를 점검했는데요 근래 계속되는 부실공사 논란에 대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부실감리를 지적했습니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감리를 강화하기 위해 별도로 감리를 감독하는 기구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하는데요. 공공공사에 대해서 발주청의 감리 감독에 대한 권한을 확대하고 민간공사에 대해서는 감리를 점검하기 위한 새로운 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감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건축구조기술사와 협력을 늘리도록 주택법 개정을 논의 중인데요. 설계도상의 문제 확인 등 구조 감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개선된 감리제도가 계속되는 부실공사 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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