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산군 비즈인사이트에서는 납품대금 연동제와 하도급법 개정안을 주제로 그 내용에 대해 먼저 다뤄 보았는데요. 이번 산군 인사이트에서는 예고했던 것처럼 납품대금 연동제가 반영된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한 업계 반응과 대응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1. 시행 배경
2. 업계 반응
2-1) 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
2-2) 엇갈린 반응의 건설업계
2-3) ‘양날의 검’
3. 대응상황
3-1) 정부
3-2) 기업
먼저, ‘납품대금 연동제’가 도입된 배경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그간 중소기업은 원재료 가격이 폭등해도 가격 변동분을 납품대금에 제대로 반영 받지 못해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어 왔는데요. 앞선 2008년 원자재 가격의 연이은 상승으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계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시장경제에 국가의 개입이 과도해진다는 반발이 심해서였죠.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재료가 다시금 폭등하며 ‘납품대금 연동제’의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지난 2008년 ‘납품대금 연동제’ 논의 때 도입 근거가 마련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로는 폭등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는데요.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와 여야 정당 모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기존에 ‘섣부른 시장 개입에 따른 부작용 초래’를 우려해 반대를 표하던 공정위도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해 상생협력법 개정안에 이어 하도급법 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하게 된 것이죠.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 장장 15년간의 대장정을 거쳐 드디어 올해 10월 4일 시행될 예정인데요. 시행까지의 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만큼 도입 발표 후 업계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납품대금 연동제를 반영한 이번 하도급법 개정안의 통과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적극 환영’의 뜻을 나타냈는데요. 수위탁거래와 더불어 하도급거래에도 납품대금 연동제가 적용되어 제도의 실효성이 더욱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또한, “까다로운 납품대금 조정제도의 협의 요건도 완전히 삭제됐다”며 “원재료, 노무비, 경비 상승에 따른 납품대금 조정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건설업계의 반응은 조금 달랐습니다. 전문건설업계는 이번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해 일반 제조업종과 달리 다양한 자재가 투입되는 건설업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연동제 적용 대상인 ‘주요 원재료’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습니다.
당초 하도급법 개정안에는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해 공정위가 별도의 완화된 비율을 정할 수 있다.’라는 단서 조항이 탑재되었는데요. 이 단서 조항이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 삭제된 것이죠. 이 조항에 대해서는 원청 업체와 하청 업체간에 입장이 갈렸는데요. 원청의 입장인 대한건설협회는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에서 주요 원재료의 범위를 다르게 설정한다면 발주자인 제조업체와 원사업자인 종합건설사가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혼란이 올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했습니다. 반면 하청업체를 대변하는 전문건설협회에서는 하도급 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 자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해당 단서조항이 삭제된다면 업계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우려를 나타냈죠. 또한, 법의 적용 기준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하도급법이 우선 적용하게 되어 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최종 개정안에는 해당 단서 조항이 삭제되었는데요. 이에 전문건설업계는 “향후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위법령에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렇게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이번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한 반응이 엇갈린 만큼 향후 대응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됩니다.
납품대금 연동제가 ‘원재료 가격 상승’에 포커스를 맞추었지만,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을 경우인데요. ‘납품대금 연동제’에는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상승했을 때뿐만 아니라 하락했을 때도 변동분에 따라 납품대금을 조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오히려 깎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철광석, 납, 알루미늄, 펄프 등의 가격이 7월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작게는 9%에서 크게는 반토막이 날 정도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11월 시행한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 분석 결과’를 보면 철광석, 납, 알루미늄 등의 원재료는 연동 대상이 되는 원재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또한 ‘조정 요건’ 설정에 대해 원재료 가격이 조금만 변동해도 연동에 반영하기로 한 경우가 대다수이기도 했죠.
이러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의 하락 양상이 계속된다면 납품대금 연동제가 되려 중소기업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기부 관계자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업 중 대금을 인하해준 기업이 있다고 합니다.
이에 중소기업계에서는 단순 원재료 가격 뿐만 아니라 전기료, 가스료 등 주요 경비도 연동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제조원가에는 원재료 가격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 전기·가스 요금이 급격히 오른 상황인데요. 한 중소기업 대표는 “납품대금도 부담이지만 실질적으로 노무비와 경비에서 지출되는 금액이 더 크다”며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대상에 노무비와 경비가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처럼 전기·가스 요금이 납품대금의 주요 구성 항목임에도 회계기준상 경비에 포함된다는 이유로 연동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에 대한 다양한 업계 반응을 알아보았는데요. 과연 현재 업계에서는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10월 시행 시 발생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중소기업 TF회의와 106회에 걸친 로드쇼를 전국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대기업 등을 방문해 동행기업(제도 의무시행 전 시범실시 기업) 참여를 독려 중에 있는데요. 지난 10일, 중기부는 이영 장관 주재로 지방중소벤처기업청 상반기 핵심미션 실적 점검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해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 및 안착 현황을 살피기도 하는 등 전국에서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울산에서는 지역 대·중견기업에 동행기업 동참을 권유하고, 제도 인지도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홍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대기업을 제외한 동행기업 참여는 다소 미흡한 상황이지만, 인지도는 2배 이상 대폭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도 했죠.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거래 모범업체 선정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 실적을 선정 기준에 추가한다고 밝혔습니다. 하도급법을 준수하고 상생 협력 노력을 기울인 기업을 우수 기업으로 선정해 각종 혜택을 주었는데요. 기존 선정 기준에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 실적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었는데요. 지방 건설사에 자재를 납품하는 A제조업제는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으로 인한 법 위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납품 자재 구매 프로세스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또다른 B건설사에서는 납품받는 자재 중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내부 분석에 들어가기도 했죠.
이처럼 기업들이 법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10월 시행될 개정안이 주요 원재료가 포함된 하도급 거래 시 약정서 발급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향후 관련 약정서를 발급하지 않으면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 모두 관련 사항 미기재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정한 탈법 등에는 5,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률 위반을 이유로 형사 처벌까지도 가능한 만큼 기업 측에서는 법률 위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해당 약정서 상에는 물품과 연동되는 원재료, 기준지표, 조정요건, 주기, 조정일, 대금반영일 등을 명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 약정서를 모든 대상 하도급 거래에 대해 발급해야 하기 때문에 약정관리부터 납품기준가격의 관리, 산식을 위한 데이터 관리, 조정일에 가격 산출을 제때 하려면 기존 프로세스로는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나 클라우드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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