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인사이트에서 태동하는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에 대해 알아봤었는데요. 최근 건설사가 아닌 LG전자에서도 모듈러 주택 ‘LG스마트코티지’를 발표하는 등 시장이 활발해진 모습입니다. 이번 산군인사이트에서는 최신 모듈러 건축 현황과 업계 반응, 정부 대응에 대해 분석하겠습니다.
목차
1. 최신 모듈러 건축 현황
1-1) 국내 모듈러 건축 현황
1-2) 해외 진출 현황
1-3) 모듈러 주택 관련 사업
1-4) 빅블러 현상 (BIG BLUR)
2. 업계 반응
3. 정부 대응
최근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모듈러 공법이 어려워진 건설경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인건비 및 건설 자재비 상승,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 리스크 등을 줄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국내 모듈러 건축 현황이 어떤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 사업인 ‘용인영덕 A2 경기행복주택’이 준공되어 입주를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13층 이상의 모듈러 건물은 화재 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기준이 되는 ‘내화기준’이 3시간 이상이어야 하는데요. 이에 해당하는 최초의 건물로 13층인 ‘용인영덕 A2 경기행복주택’이 국내 최고층 건물로서 기준을 통과한 것이죠. GH 김세용 사장은 입주식에서 환경 친화적이고 안전성이 뛰어난 모듈러 공법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추후 고층인 25층의 모듈러 주택 공급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포스코이앤씨 자회사 포스코A&C는 국내 최초 모듈러 공동주택인 청담MUTO를 시작으로 광양 기가타운 등 다양한 사업을 맡아와 국내 최대 모듈러 주택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1월 LH가 발주한 국내 최대 규모 모듈러 주택사업인 ‘세종 6-3 생활권 통합공공임대주택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렇게 대형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모듈러 주택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도 2019년 357억원에서 지난해 1757억원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시장이 확대되며 발전된 기술력으로 군(軍)에서도 모듈러 발주가 재개되고 있습니다. 기동성과 상황 변화에 능동적인 대처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해외에서의 실적도 주목할 만합니다. GS건설이 인수한 철골모듈러 자회사 ‘엘리멘츠 유럽’은 지난달 영국에서 2100억원 규모의 모듈러 주택 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는데요. 총 550세대 규모의 임대주택건물과 상업시설을 철골모듈러 공법으로 시공하는 사업입니다. 해당 사업에서는 1100여개의 모듈을 모두 직접 디자인하고 사전에 자체 공장에서 제작하는데요. 이를 현장으로 운송해 설치하는 모듈러 공법이 사용될 예정입니다.
또한, GS건설은 2020년 인수한 폴란드 목조모듈러 전문 기업 ‘단우드'를 통해서도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는데요. 연간 2000여채의 집을 생산하며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에서 전체로는 4위, 턴키 수주로는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습기에 취약한 목재를 사용함에도 우수한 작업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고품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덕분인데요.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산업에 참여해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도 지난해 5월 스마트건설지원센터 제2센터를 시작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는데요. 초대형 프로젝트인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에서도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고 있죠. 사우디 현지에 모듈러 제작공장을 설립해 직접 생산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듈러 주택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사업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테리어 전문 전시회인 ‘2023 코리아빌드’에서는 모듈러 건축 업체도 참여해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스페이스웨이비와 간삼생활디자인은 각각 철골모듈러 주택 ‘웨이비룸(Wavyroom)’과 목조모듈러 주택 ‘ODM h’을 선보였습니다.
모듈러 주택 건설 뿐만 아니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했는데요. 바로 케이씨산업의 스타트업 자회사인 케이씨MMC의 ‘빌드심플리(Build Simply)’입니다. 일반 건축주도 쉽게 모듈러 견적이나 건축설계 등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죠.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빅블러 현상(Big Blur)’라고 하는데요. 기존에 스틸,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목재 등 주요 구조체 재료에 따라 주요 업체가 나뉘던 모듈러 건축 업계에서도 최근 재료 간 융합을 시도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GS건설은 스틸모듈러 영국 자회사 엘리먼츠, 목조모듈러 폴란드 자회사 단우드와 국내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통해 모듈러 건축에 앞장서고 있었는데요. 근래에는 더 나아가 PC 부재를 생산하는 자회사 GPC를 통해 재료를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또한, 학교 모듈러 시장을 선도하는 엔알비(NRB)의 경우에도 스틸 모듈러 주력에서 경제성이 더 높은 PC 모듈러에 대한 R&D에 착수했습니다.
한편, 역으로 PC 모듈러 주력에서 스틸, 철근콘크리트(RC)로 확장하려는 경우도 있는데요. 바로 PC 제작업체인 케이씨산업의 자회사인 케이씨MMC입니다. PC 모듈러는 경제성에서 유리하지만 무게로 인해 고층화에는 무리가 있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층은 PC를 사용하고 고층은 스틸, 코어는 RC 등으로 구성한 하이브리드 건축이 목표입니다.
이러한 빅블러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아직 학교 분야에 치우쳐진 모듈러 건축을 공공주택 분야까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단점을 보완하고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는데요. 이에 각각의 장단점이 다른 여러 재료들을 융합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한국철강협회의 지난 20년간의 자료를 토대로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이 2030년에는 746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그럼에도 아직 제도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아직 각종 인허가권자의 모듈러 공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최초 받은 심의가 이후 번복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는데요. 발주 관련에서도 동 단위보다는 단지형으로 발주되는 것이 사업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공공 발주 물량이 늘어나면 자동화 설비 구축으로 이어져 해외 진출까지 유리해진다는 의견이었는데요. 아직은 발주 물량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설비를 제대로 갖춘 업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화재 시 버틸 수 있는 시간인 내화기준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현행법상으로는 13층 이상 건물은 3시간 이상의 내화기준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늘어나는 비용과 시간 대비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수요가 소규모 물량에 집중되어 있어 기존의 철근콘크리트(RC) 공법에 비해 공사비가 높기 때문에 공공 지원 없이는 보급 확대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30가구의 서울가양, 40가구의 천안두정, 106가구의 용인영덕 행복주택 정도가 모듈러 공법으로 공급되는 실정입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한 모듈러 플랫폼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업력이 짧기 때문에 관련 특허를 취득하고 실력을 인정받아도 실적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시장에 진입조차 할 수 없다는 상황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외에도, 일각에서는 모듈러 전문건설업체의 부재에 대한 우려도 있었는데요. 아직 모듈의 조립과 설치를 위한 전문건설업종이 분류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모듈러 건축은 그 특성상 모듈의 쌓기와 붙이기 기술이 아주 중요한 분야죠. 특히 고층일수록 제작과 시공의 각 오차의 수렴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전문 기술을 가진 업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6월 2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부 R&D 실증사업으로 추진된 국내 최고층(13층) 모듈러 주택 준공식에 참석해 업계 관계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업계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고 국내 모듈러 산업 활성화와 해외진출을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지난 31일 공업화 주택(모듈러 주택)의 사업성 강화를 위해 인센티브 지급과, 공업 특성을 반영한 규제 개선, 공공 물량 발주 확대 등의 육성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업계의 요청이 있었던 내화기준을 반영하는 등 적극적인 개선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또한, 설계, 감리 등 기존 건설절차에 공업화 주택의 특징을 감안한 총체적인 개선 방안을 새롭게 수립하기로 했죠.
주택법 개정도 추진 중입니다. 모듈러 주택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용적률, 건폐율, 높이 제한을 최대 15%까지 완화해 주려는 것이죠. 올해 말까지 스마트 건설기술의 원가 산정 기준도 새롭게 마련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물량 활성화를 위해 2030년까지 연간 3000가구 발주를 목표로 규모를 확대할 예정인데요.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OSC 공법이 건설업의 첨단화와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 할 수 있다며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듈러 공법은 최근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의 건설 선진국들에게 스마트 건설 혁신의 일환으로 각광받고 있는데요. 이미 세계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120조원까지 확대된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도 1년 새에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죠.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직 성장 가능성이 더 큰 시장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피력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여 발빠르게 대응 정책을 내놓았는데요. 이러한 공공 지원에 힘입어 향후 모듈러 건축이 업계 판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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